슈의 안쪽에 빈 공간이 생기는 이유, 슈 이야기
안녕하세요,
빵순이 집사입니다.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 근처에 슈크림으로 유명한 빵집이 있었어요. 다른 빵들도 맛있었지만 유난히 슈크림이 유명해서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사먹으러 오는 분들도 많은 곳이었어요. 동그랗고 봉긋한 슈가 부드럽고 맛있어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슈크림 빵은 예전부터 인기가 많았지요. 저도 그 빵집의 빵을 먹어본 이후로는 슈크림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슈 반죽을 만드는 실습을 처음 했을 때는 굉장히 놀랐었어요. 지금까지 만들었던 반죽들과는 완전히 달랐거든요. 가열을 해서 반죽을 만드는 방식이 굉장히 생소하고 새로웠어요. 무엇보다 만들기 까다로웠던 기억이 나요. 슈 반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관념보다는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 슈 반죽 만드는 법
1. 냄비에 버터, 물, 소금을 넣고 중불에서 저으면서 끓여줍니다.
2. 냄비의 중앙 부분까지 바글 바글 끓어오르면 불에서 내려 체친 박력분을 한꺼번에 넣고 섞어줍니다.
3. 다시 불에 올려 중불에서 반죽이 냄비 바닥에 달라 붙어 얇은 막이 생기기 시작하면 불을 끕니다.
4. 반죽을 볼에 담고 달걀을 여러 번 나눠서 넣고 섞어줍니다.
5. 반죽이 윤기가 나고 주걱을 떴을 때 역삼각형으로 흘러 떨어지면 짤주머니에 넣고 사이즈에 맞게 짜줍니다.
6. 분무기로 반죽 전체에 물을 뿌려 준 다음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약 20분, 다시 온도를 180℃로 낮춰서 15~20분간 노릇한 색이 나올 때까지 구워줍니다(오븐의 온도는 레시피마다 오븐의 온도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구워지는 동안에는 절대로 오븐을 열지 않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 슈 반죽에서는 각 재료의 역할이 평소에 알던 것과는 조금씩 다릅니다.
버터는 반죽이 잘 늘어나 잘 부풀어 오를 수 있도록 과도한 글루텐 형성을 억제하고 부드럽게 늘어나게 도와줍니다. 잘 늘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버터가 균일하게 분산되는 것이 중요한데 달걀이 안정적으로 분산되도록 도와주고 달걀 속 수분은 점성과 수분의 양을 조절하여 슈 안쪽의 빈 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밀가루는 물을 흡수해 호화를 진행합니다(점성이 생깁니다).
- 버터를 물에 넣고 끓이는 이유
과도한 글루텐 형성을 막기 위해서 입니다. 찬물에는 그렇지 않은데 밀가루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결국 밀가루가 덩어리지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 버터를 물에 먼저 녹여 과한 점성이 생기는 것을 막습니다. 버터는 글루텐 형성을 억제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 버터를 중불에서 녹이는 이유
불이 너무 약하면 버터가 녹는 시간이 길어져 수분이 증발하게 되고 이는 배합이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차가운 버터 덩어리나 큰 덩어리의 버터를 그대로 사용하면 버터가 녹는 전에 물이 먼저 증발해 버리게 되고 결국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어렵게 됩니다. 버터는 작게 잘라서 냄비에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
- 끓는 버터 물에 밀가루를 넣는 이유
호화란 밀가루 전분에 물과 열을 가하면 점성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끓는 물에 밀가루를 넣는 이유는 빠르게 호화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찬물보다 뜨거운 물에서 전분은 많은 수분을 흡수하고 이는 결국 반죽이 잘 늘어나게 도와줍니다.
- 밀가루를 넣고 섞은 다음 다시 불에 올려 섞는 이유
한 덩어리로 만든 반죽을 다시 불에 올려 볶는 이유는 전분을 완전히 호화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이는 점성을 높여줍니다. 냄비 바닥에 폈다가 다시 뭉치는 과정을 반복하여 열이 잘 닿지 않는 반죽의 안쪽까지 고르게 익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죽을 재가열하여 호화시키는 과정은 반죽의 온도가 약 80℃에 달할 때까지 진행하는데 이것은 냄비 바닥에 얇은 막이 생기는 것이 보이는 때까지 입니다.
- 달걀은 조금씩만 넣고 섞어줍니다.
달걀을 한 번에 넣으면 슈가 제대로 부풀지 않게 되는데 이것은 반죽의 온도가 많이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죽이 묽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반죽이 묽어져도 보기 좋게 부풀지 않습니다. 또한, 반죽의 되기는 달걀로 조절합니다. 반죽의 되기가 적당하다면 달걀을 모두 넣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달걀을 모두 넣었는데도 반죽이 되다면 달걀의 온도가 너무 낮았거나 가루를 넣고 재가열할 때 너무 오래 볶았을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달걀을 조금 더 넣으면서 섞어봅니다.
- 온기가 있을 때 달걀을 넣는 이유
버터가 골고루 분산되어 있을 때 반죽은 더 잘 부풀어 오를 수 있는데 달걀 노른자가 유화 작용을 하여 버터가 안정적이고 고르게 분산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반죽이 차가운 상태에서 섞으면 버터가 굳어 달걀과 버터는 잘 섞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슈 내부의 충분한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분이 더 필요로 하는데 달걀을 넣어 수분을 공급해 줍니다. 또한, 달걀의 단백질은 부풀어 오른 반죽을 지탱하여 슈가 내부의 빈 공간에도 가라앉지 않도록 막는 역할도 합니다.
- 슈 반죽이 완성 상태
반죽의 표면이 매끄럽게 윤기가 흐르고 탄력이 느껴지며 온도는 따뜻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걱으로 떴을 때 역삼각형 모양으로 늘어져 흐르는 상태가 적당합니다. 주걱으로 떴을 때 반죽이 툭 끊어지고 매끈하지 않다면 달걀을 조금씩 더 넣어 부드럽게 만듭니다. 그러나 주걱에서 반죽이 흘러내려버릴 정도로 과도하게 달걀을 넣었다면 되돌릴 방법이 없으므로 달걀을 조금씩 추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오븐에 굽기 전에 물을 분무하는 이유
표면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 충분히 부풀어 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오븐의 열로 표면은 금방 건조해지는데 그렇게 되면 겉면이 보기 싫게 갈라집니다. 물을 분무하면 오븐에서 구워지는 속도를 늦춰 반죽이 조금 더 잘 늘어나 크고 깔끔하게 부풀어 오를 수 있습니다. 아니면 계란물로 표면을 발라주어도 되는데 그 후에 포크로 눌러주면 비슷한 모양과 높이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중간에 오븐의 온도를 바꾸는 이유
초반에는 높은 온도에서 구워 슈반죽을 빠르게 부풀어 오르게 만들고 후반에는 반죽을 완전히 그리고 바삭하게 굽기 위해 온도를 낮춰줍니다.
- 반죽을 굽는 중에는 절대로 오븐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슈 반죽은 슈 내부의 수증기 등 습한 공기로 팽창되는데 굽는 도중에 문을 열면 순식간에 온도가 떨어져 슈가 가라앉아 버릴 수 있습니다.
- 구운 슈의 안쪽에 빈 공간이 생기는 이유
오븐의 뜨거운 열에 의해 반죽 속 수분이 수증기로 변하는 과정에서 반죽을 밀어올리기 때문에 빈 공간이 만들어 집니다. 따라서 수분이 많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미리 물을 반죽에 섞어둡니다. 다른 반죽과 달리 슈 반죽에 수분의 비율이 높은 이유입니다. 또한, 반죽이 잘 부풀어 오르도록 충분한 점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밀가루 전분의 완전한 호화가 중요합니다.
- 달걀은 상온의 달걀을 사용합니다.
달걀의 온도가 너무 낮으면 반죽의 온도도 낮아져 제대로 부풀어 오르지 못합니다.
- 슈의 보관
공기가 닿지 않게 밀봉시켜 냉장고에 보관하면 바삭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이 포스팅은 개인적으로 배우고 공부한 것,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로
정답도 아니고 꼭 이렇게 해야한다는 규칙적인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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